긴 머리카락이 찰랑찰랑하게 눈앞에서 흔들렸다. 길고 검은, 정성들여 손질이라도 한 것마냥 부드럽고 윤이 나는 결 고운 머리에 눈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거의 종아리까지 닿을 정도로 긴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 끝이 갈라졌다던가 약간이라도 손상된 부위라곤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여자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머리가 아닌가. 카네는 흘끗 제 머리...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날씨는 맑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떠오른 햇살은 막 잠에서 깬 눈에는 지나치게 화창했고 그렇기에 애써 눈을 비비며 비실거리는 걸음을 옮기던 중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익다. 아직 잠 기운이 남은 귓가에 듣기 좋게 스며드는 부드럽고도 안정적인 미성."뭘 할까요? 가신의 목을 벨까요? 사찰을 불태워 버릴까요? 원하시는 대로 부디 명령을...
"국장 이하 우리 신센구미 일동, 이케다야에서 현재 죄인 체포 중이다!참견은 일절 필요 없으니, 관여하지 말아 주길 바라오!"하나로 묶여 등 뒤에서 길게 휘날리는 짙검은 머리칼, 수려한 얼굴은 단호한 빛을 띠고, 굳건하게 버티고 선 몸은 늠름하기 그지없다. 오로지 그 혼자의 몸으로 삼천의 군세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동요하긴커녕 작은 흔들림 하나 없다. 오히려...
그 도검을 만난 것은 이 세계에서의 생활에 슬슬 적응되어 가고 있을 무렵이었다.그전까지 카네는 나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놀러 온 것이 아니다. 니시조노 카네라는 이름 앞에 붙게 된 '사니와'라는 칭호는 불려질 때마다 그 사실을 카네에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엄연히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이 세계에 보내졌고, 비록 눈앞에서 제약하는 이는...
그래서 뭣도 모르고 콘노스케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 간 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나는 엉엉 울었고, 하치스카 코테츠는 피투성이가 되었으며, 콘노스케 혼자서만 침착했다. 물론 그 침착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지만."쉬이─ 흡, 운, 쉬운 곳이라며!""물론 가장 쉬운 곳입니다. 지금 만난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차마 적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존재라고...
오랜만에 쓰는 일기다. 근래 바빴더니 한동안 손에 안 잡게 되네. 그래도 쓰긴 써야지.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어느 부분까지 썼더라?……아, 하치스카랑 처음 만났을 때구나. 맞아. 그 순간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만난 도검남사여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그때는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졌었다. 등장은 조용했지만 후광이라고 표현해야...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 오랜만에 일기를 쓰려니 손이 잘 안 움직인다. 왠지 갈팡질팡하네. 하지만 일단 쓰기로 했으니 진행은 해야겠지. 무엇이든 첫 시작이 중요한 법이라고 했으니까.처음은…… 그래. 무난하게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시작해야겠다. 이렇게 쓰니 마치 꽤 오래 된 일 같네. 그래봐야 겨우 한 달 전인데.예전부터 내 집 마련이 꿈이었다. 월세...
사니와 30문답01. 먼저 성별을 부탁드립니다.─ 여자예요. 02. 이름을 가르쳐 주세요.─ 니시조노 카네(西園 金)03. 별명이 있습니까?─ 아뇨. 딱히.04. 실례지만 나이는?─ 아직 학생이에요. 고등학생.유급했지만.05. 생일은?─ 1월 4일… 이었나. 맞겠지?(다이어리를 확인한다) 안 챙긴 지 한참 되서 가물가물하네요.06. 혈액형은?─ 음. 일단 ...
"달타냥?" "네." 아까부터 이런 식이다. 대답은 꼬박꼬박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하려 들지 않는 금발 총사를 내려다보며, 버킹엄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오전에 쥐구멍만 한 하숙집으로 쳐들어갔을 때도 감히 눈앞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는 무례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곧 얌전히 수긍하는 자세였던 것에 반해, 지금은 누가 봐도 나 화났소 하는 분위기가 줄기줄기 뻗...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여자라는 것과, 얼굴과, 성별을 숨기고 국왕 폐하의 총사대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자신의 인생은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달타냥의 생각이었다. 왜 여자라는 게 평범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원작 달타냥이 원래는 남자이기 때문. 얼굴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나쁘진 않다. 아니 사실은 제법 예쁘장하다. 가끔 총사들을...
침묵이 흘렀다."……그."열릴 듯 움찔거렸던 입술이 도로 닫혔다.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리라.유비는 그대로 굳은 채 멍하니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수려한 얼굴 위로 좀 전까지도 띠우고 있던 웃음기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채였다. 얕게 깔려있던 여유로움마저 모두 거둬버린 무표정한 얼굴 위에 선명하게 드러난 눈빛이 고스란히 유비를 향해 쏟아지고...
안내받은 곳은 건물의 안쪽에 위치한 방이었다. 공개적인 장소라기보다는 비밀 이야기를 하기에 적합할 것 같은. 그것은 귀부했을지라도 같은 편이라기보다는 이물질처럼 겉도는 자신과의 만남에 남의 이목이 쏠리는 것을 저어함일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던 유비는 곧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피식 하는 웃음을 흘려냈다. 그 조조가 남의 이목을 신경 쓴다? 지나가는 개가 웃...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쓰고 그리는 멀티러. 절대고수를 향해 노력중입니다. 근데 달성까지가 너무 멀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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